약물 없이 쏘아올린 60홈런…애런 저지, '진정한 홈런왕'에 등극하다

김건엽 기자 승인 2022.09.22 16:47 | 최종 수정 2022.09.22 16:59 의견 0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저지
ⓒ 뉴욕 양키스 공식 SNS

[스포츠AI=김건엽 기자]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 스타디움. 한 선수가 그려낸 137m짜리 초대형 아치가 미국 전역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바로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의 시즌 60호 홈런이었다.

이날 60번째 홈런을 신고한 저지는 배리 본즈(73개), 마크 맥과이어(70개·65개), 새미 소사(66개·64개·63개), 로저 매리스(61개), 베이브 루스(60개)에 이어 MLB 역사상 6번째로 60홈런 고지를 등정한 선수가 됐다. 단일 시즌 60홈런 기록은 2001년 본즈(73개)와 소사(64개) 이후 21년 만에 탄생했다.

저지에 앞서 5명이 60홈런을 쳐내며 홈런왕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메이저리그와 팬들은 매리스, 루스만을 '진정한 홈런왕'으로 인정해왔다.

본즈, 맥과이어, 소사 등 세 명은 약물의 힘으로 만들어낸 홈런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스포츠 관계자들의 폭로로 시작된 약물 스캔들은 미국 법무부 조사를 거쳐 사실로 드러났고,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됐던 이들은 모두 불명예스럽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금지약물·인종 차별까지 모두 이겨낸 뜻깊은 기록

저지의 60홈런 소식은 비단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 MLB 공식 SNS

과거 어두운 역사를 걷어낼 깨끗한 홈런왕을 보고 싶다는 모두의 열망은 해가 갈수록 커져갔고, 마침내 올해 저지가 해결사로 등장했다.

저지는 MLB에서 도핑 검사가 강화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60홈런 고지를 밟았다. 단일 시즌에 홈런 60개를 친 역대 6번째 선수라는 역사적 사실보다도 매리스, 루스와 더불어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은 '청정 홈런왕'이라는 위대함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미국 지역지 뉴욕 포스트는 "저지가 금지약물 문제없이 60홈런을 터뜨렸다"라며 "이는 1961년 매리스 이후 61년만"이라고 전했다.

저지의 홈런 기록을 루스 기록보다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CBS스포츠는 논란이 된 홈런 기록을 살펴보면서 "루스의 기록도 완전히 깨끗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루스가 뛴 20세기 초반엔 극심한 인종 차별로 유색 인종 선수들이 MLB에서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스는 오로지 백인들이 던진 공만 쳤고, 백인 사이에서 경쟁했다. 유색인종이 출전한 흑인들의 야구 리그였던 '니그로 리그'는 1920년부터 1948년까지 운영됐으며 이 리그서 나온 기록은 2020년이 되어서야 공식 메이저리그 기록으로 편입됐다.

이처럼 저지는 약물과 인종 차별 등 미국 사회의 짙은 그늘과 함께해온 MLB 홈런사에서 인종의 벽마저도 넘어섰다.

저지는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현대 미국 사회를 대표하기도 한다. 흑백혼혈인 그는 1992년 4월 26일에 태어나 하루 만에 백인 부부에게 입양됐다.

저지에게는 한국인 형도 있다. 그의 형인 존슨 저지는 한국에서 태어나 저지와 같은 가정에 입양됐다. 현재는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린덴에서 체육 교사로 일하는 아버지 웨인 저지와 어머니 패티 저지 밑에서 무럭무럭 자라 오늘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트리플 크라운'도 가시권

미겔 카브레라 이후 10년 만의 타격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는 저지
ⓒ 뉴욕 양키스 공식 SNS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저지는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22일까지 타율 0.317(533타수 169안타), 60홈런, 128타점을 올렸다.

사실상 아메리칸리그(AL) 홈런 1위, 타점 1위 자리는 이미 예약한 상태다. 홈런은 2위 요르단 알바레스(휴스턴·37개)보다도 무려 23개나 많고, 타점 역시 2위 호세 라미레스(클리블랜드·115개)보다 13개 앞선다.

타율에서만 잰더 보가츠(보스턴·0.317)와 함께 접전을 벌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저지는 남은 14경기서 대포 2방을 더 때리면 매리스를 넘어 AL 단일 시즌 최다 홈런(62홈런)이라는 새 이정표도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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