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활약…손준호·'작은' 정우영, 눈도장 제대로 찍었다

김건엽 기자 승인 2022.09.28 10:48 | 최종 수정 2022.09.28 10:49 의견 0

[스포츠AI=김건엽 기자] 27일을 끝으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최종 모의고사가 막을 내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작지만 큰 변화를 주며 태극전사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벤투호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 평가전에서 전반 35분에 터진 손흥민(30·토트넘)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벤투호가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해외파를 불러 소화할 수 있는 마지막 A매치였다. 11월 카타르로 출국하기 전 한차례 더 평가전을 치를 수 있으나, 이때는 국내파만으로 경기를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축구 일정이 불과 월드컵 개막 일주일 전까지 진행되기에 해외파 참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 볼란테 대신 '투 볼란테', 큰 정우영 대신 '손준호'

선발 출전 경기서 진가를 제대로 과시한 손준호 ⓒ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SNS

벤투 감독은 카메룬전에서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과 손준호(30·산둥 타이산)를 '더블 볼란테'로 세우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그동안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1명만 배치하는 '원 볼란테' 전술을 애용했던 벤투 감독이다. 이 역할을 대부분 큰 정우영(33·알사드)이 맡아왔다. 23일 코스타리카전도 마찬가지였다.

정우영은 수비라인 앞에서 상대 공격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홀딩 능력에서는 강점이 있는 선수다. 그러나 전진 패스 정확도 등 다른 부분에서는 다소 박한 평가를 받았다.

공수 모두에서 만점 활약

손준호는 정우영보다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원래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였던 손준호는 2020시즌 전북 현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K리그1 우승에 앞장서고 시즌 최우수선수(MVP) 상을 거머쥐었다.

'명품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 김상식 전북 감독의 조련을 받은 결과였다. 완성형 미드필더로 거듭한 손준호는 현재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정우영 대신 손준호를 택한 벤투 감독의 선택은 이날만큼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했다. 패스가 좋은 손준호 덕에 공격 전개 시발점 역할을 도맡던 황인범은 부담을 덜었다.

손준호는 73분을 소화하면서 패스 성공률 86%를 기록했고, 파이널 서드로 찔러준 패스도 8개나 됐다. 가로채기는 4개로 김민재(26·올림피아코스), 김진수(30·전북)와 함께 팀 내 공동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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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는 3선에서 팀 윤활유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 연합뉴스

한국 공격시, 손준호가 김민재와 권경원(30·감바 오사카) 사이로 빠져 스리백을 형성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덕에 좌우 풀백 김진수, 김문환(27·전북)은 수월하게 공격 가담을 할 수 있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 전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비시 포백 전환을 얼마나 신속하게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측면 수비가 언제든 불안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카메룬전 종료 후 "마지막인 것처럼,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월드컵 출전 꿈을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월드컵에서는 더 강한 상대를 만날 테니 착실하게 준비를 잘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미친 활동량 선보인 '작은'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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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역시 주전 도약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 연합뉴스

6월 칠레와 평가전 때 썼던 작은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 선발 카드도 주목할 만한 선택이었다. 손흥민이 원톱에 서고 정우영이 그 뒤에 배치되면서 벤투호 '붙박이 원톱'이던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정우영은 전성기 시절 박지성(현 전북 어드바이저)에 버금가는 활동량을 자랑하는 선수다.

카메룬전에도 정우영은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볐다. 최전방과 3선 사이에서 종횡무진 뛰며 상대 미드필더들을 괴롭혔다.

볼 운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수비진보다 더 열심히 수비에 임했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정우영의 유니폼은 마치 연장전까지 120분을 소화한 것처럼 흙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경기 후 정우영은 "감독님으로부터 수비적인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을 받았다. (손)흥민이형이 공 받을 때 (전방으로) 뛰어 들어가라는 주문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수비와 공격 면에서 전체적으로 보완해서 카타르에서 더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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