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 '반정부 시위 지지' 이란 대표팀, 대패에도 끝까지 싸워

유한결 기자 승인 2022.11.22 02:19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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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 문구를 보인 관중 ⓒ연합뉴스

[스포츠AI=유한결 기자] 이란 선수들이 대량 실점에도 끝까지 싸우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란 축구대표팀은 21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2-6으로 대패했다.

아시아 예선에서 벤투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최근 평가전에서 우루과이를 꺾는 등 경쟁력을 드러낸 이란이지만 잉글랜드를 상대로 무기력했다. 잉글랜드의 빠른 공격을 제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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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에 동참한 이란 주포 아즈문 ⓒ연합뉴스

반정부 시위 지지 의사를 드러낸 이란 대표팀

이란은 이번 대회 나서기 전부터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본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영향이 컸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13일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마흐사 아미니(22)가 사흘 만에 의문사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란의 대표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27)이 해당 시위에 동참하며 논란은 커졌다. 이란축구협회가 케이로스 감독에게 아즈문을 월드컵 최종명단에서 제외하라며 외압을 가해 선수단 발표가 늦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케이로스 감독의 강력한 주장 아래 아즈문은 대표팀에 합류했다.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는 이란 대표팀 주장 하지사피 역시 반정부 시위를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사피는 "우리는 카타르에 있지만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뒤 "우리는 싸울 것이며 최선을 다해 경기에 이란의 용감한 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안기겠다"고 발언했다.

케이로스 감독 역시 "선수들이 월드컵 기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며 선수들을 지지했다.

자국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싸운 이란 선수들의 의지는 대단했다. 이란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으며 반정부 시위에 연대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란 선수들은 국가가 나올 때 무표정으로 엄숙하게 서 있었다. 정부에 대항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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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부상에도 엄청난 경기 출전 의사를 드러낸 베이란반드 골키퍼 ⓒ연합뉴스

경기 중에는 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30)의 의지가 돋보였다. 그는 경기 시작 8분여 만에 동료 호세이니와 부딪히며 코를 심각하게 다쳤다.

상당한 양의 출혈이 있었지만 베이란반드는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코 부위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계속 더 뛸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결국 10분에 가까운 치료 끝에 다시 경기를 뛰다 한 번 더 주저앉으며 교체돼 경기장을 떠났다.

오랜 기간 이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베이란반드가 빠지자 이란 수비는 급격히 흔들렸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과 달리 수비 조직이 흔들리며 전반에만 3실점 했다. 사실상 전반 이미 승패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2득점한 이란

하지만 이란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카에게 한 골을 더 허용하며 4점 차까지 벌어졌지만 타레미가 65분 추격 득점을 만들었다. 타레미는 득점에도 행복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추가 득점을 위해 공격에 무게를 두면서 이란은 두 골을 더 허용했다. 끈끈한 수비진으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늪 축구를 펼치는 이란답지 않은 대령 실점이었다.

하지만 이란은 후반 추가시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페널티 킥으로 타레미가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타레미는 굳은 표정을 지키며 득점에 대한 기쁜 마음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수비가 무너지며 2-6으로 대패했지만 이란은 98년 미국전 2-1 승리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에서 역대 두 번째로 2골을 넣는 경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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