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사일의 기적' 집필한 사우디에 하나된 중동

김건엽 기자 승인 2022.11.24 10:44 | 최종 수정 2022.11.25 01:54 의견 0
역대급 대이변을 일궈낸 사우디아라비아
ⓒ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대표팀 공식 SNS

[스포츠AI=김건엽 기자] '역사적 승리'를 만들어낸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대표팀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중동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사우디는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전서 2-1로 역전승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우디의 승리였다. 지표만 보면 아르헨티나의 압승이었다. 아르헨티나 볼 점유율(69%)은 사우디 볼 점유율(31%)의 2배를 상회했고, 슈팅도 무려 5배(15-3)나 많았다. 기대 득점(xG, 풋몹 기준) 역시 2.26-0.15로 아르헨티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사우디는 물샐틈없는 수비를 바탕으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에 맞섰다. 전반 초반 페널티킥을 내주며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흔들리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집중력을 더 발휘하면서 후반 역전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의 A매치 36경이 연속 무패 행진이 마감된 순간이었다.

국적·이해관계 초월한 '축구의 힘'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월드컵 역사에서 손꼽히는 이변 중 하나로 기록될 사우디의 아르헨티나전 승리에 사우디뿐만 아니라 전 아랍권과 전 세계 무슬림이 환호하고 있다"라며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등 어느 지역에 살든 무슬림과 아랍인은 강팀을 꺾은 사우디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랍권 국가들은 정치, 경제, 종교, 군사 등 이해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합이 쉽지 않은데, 보기 드문 단합 계기를 사우디의 역전승이 제공한 셈이다.

사우디가 역전골을 터뜨린 순간 미디어 센터는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 헨드 암리 공식 트위터

유명 인플루언서도 함께 감격을 나눴다. 리비아계 미국인인 헨드 암리는 트위터 팔로워 25만 7,000여 명을 거느린 SNS 인플루언서다.

카타르에 거주 중인 그는 개인 트위터에 "이번 승리는 지역 정치와 무관하게 아랍인들 모두, 특히 페르시아만 지역 아랍인들이 축하할 것"이라며 "주최국(카타르)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을 경우보다 오히려 이번 사우디의 승리가 지역 단합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카타르 국왕이 사우디 국기 흔들기도

또한 암리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이번 승리는 축구가 왜 중동에서 그토록 다이내믹한 힘인지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축구에는 국적과 정치를 넘어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이 역사적인 장면은 경기 중 나왔다. 카타르 국왕인 에미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가 사우디 국기를 흔드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사우디는 2017년 카타르와 교통편을 끊어 버리는 봉쇄 조치를 주도했으며 외교관계도 단절했다. 육·해·공에 걸친 봉쇄 조치는 지난해 1월에야 해제됐다. 하지만 축구가 이런 복잡한 관계들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경기 내내 사우디 골문을 철통같이 지켰던 무함마드 우와이스의 인터뷰도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아랍인들의 성원에 힘입어 상대편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라며 훈훈한 메시지를 전했다.

경기 후 사우디 대표팀을 격려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대표팀 공식 SNS

사우디 정부는 승리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경기 다음날인 23일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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