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코로나19 숙주' 누명 벗나?...너구리가 유력 용의자

서방 연구진, '발병진원' 우한 수산시장 유전자 샘플 재분석 결과
WHO "중국, 3년간 은폐"...글로벌 학계 "중국 추가 사실 공유하라"

스포츠AI 승인 2023.03.18 12:35 | 최종 수정 2023.03.18 16:2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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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스포츠AI= 유한결 기자] 중국 시장에서 거래된 너구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초기 확산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스크립스 리서치', 호주 시드니대학교, 미 애리조나대학교 등 소속된 국제 연구진은 중국 우한 화산 수산시장에서 2020년 1∼3월 수거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화산 시장은 어물뿐만 아니라 박쥐, 천산갑, 뱀, 오리, 지네, 너구리, 토끼 등 각종 야생동물도 식용으로 거래하는 곳이다.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정체불명 폐렴으로 처음 보고됐을 당시 이 시장이 발병지로 지목된 바 있다.

중국 과하계는 3년 전에 이곳에서 유전자 샘플을 수집해 분석했으나 올해 1월에야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에 관련 데이터를 공개했다가 최근에는 이마저도 삭제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한 생물학자가 삭제 이전에 데이터를 확보해 국제 과학자 그룹과 공유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했다.

그 결과 화난 시장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이 아닌 인간에서 시작됐다는 중국 주장과 180도 다른 결론이 나왔다.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인 유전자 샘플에는 이 시장 너구리 유전자가 상당량 섞여 너구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였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간 유력한 숙주로 꼽힌 박쥐나 천산갑이 아닌 너구리가 코로나19 중간 숙주였을 가능성이 파악된 것이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새로운 병원체 기원 조사를 위한 과학 자문그룹'(SAGO)에 이 사실을 최근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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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진원지 지목' 우한 시장에서 촬영 막는 경비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WHO는 중국이 코로나19와 야생동물의 연관성을 이미 3년 전에 공표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중국이 그동안 누락한 데이터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한 조사를 수행해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촉구도 했다.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제기됐다.

WHO는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 고위층에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전염병학자 사라 코비는 "단순히 인간에 의한 감염이라면 유전자 샘플에 이렇게 많은 동물 DNA, 특히 너구리 DNA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제 과학자들도 이번 분석이 코로나19와 야생동물의 강력한 연관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 슈리브포트 보건과학센터의 바이러스 학자 제러미 카밀은 "감염된 너구리가 그 시장에 있던 것은 분명하다. 중국 정부가 실제로 뭘 알고 있는지에 대한 더 큰 의문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재분석 결과가 코로나19의 기원을 완벽하게 밝혀주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정보만으로는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게 확실한지, 너구리가 처음으로 인간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게 맞는지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맞는다고 해도 다른 동물이 이를 옮겼거나 바이러스에 먼저 감염된 사람이 너구리에게 이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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