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뒷마당서 역공...온두라스 좌파정권과 수교

미국, 중남미 좌파 정권들의 대만 단교 도미노 가능성 우려

유한결 기자 승인 2023.03.26 18:28 | 최종 수정 2023.03.27 09:37 의견 0
中·온두라스 수교 기념식에서 악수하는 양국 외무장관 ⓒ연합뉴스

[스포츠AI= 유한결 기자] 중미 온두라스가 최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구멍이 뚫리게 됐다.

중국과 온두라스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외무장관 회담 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기로 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온두라스 외교부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대중국 수교 가능성을 거론했다.

대만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밝힌 것이다.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이 대중국 수교협상을 벌인지 10여일 만에 이러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에 힘을 실어주려는 미국으로서는 '턱 밑'에서 친중국 세력의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됐다.

미국은 온두라스의 대중국 수교 방침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5일 "온두라스는 중국이 충족되지 않을 약속을 자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 데 이어 16일에는 온두라스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기도 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미국은 양국 수교 직전인 25일(현지시간)에도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를 통해 "중국이 외교적 승인을 대가로 한 약속들이 궁극적으로는 이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견제에 나섰다.

AIT는 또 "대만은 신뢰할 수 있고 뜻이 맞으며 민주적인 파트너로, 대만과의 파트너십은 세계적으로 중요하고 지속 가능한 이익을 제공한다"라고 강조했지만 온두라스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미국이 중앙아메리카에 대한 자국 영향력을 이용해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대만을 고립시키지 못하게 하려 했지만 좌절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도록 중미 국가들을 설득했음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외교력에 심한 손상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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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 ⓒ연합뉴스

온두라스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이자 대만의 핵심 수교국이었지만, 지난해 초 좌파 성향의 카스트로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는 기존 외교정책에서 급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카스트로 대통령 측은 대선 후보 시절 대만 단교 공약을 내세웠다가 취임 직후 미국을 의식한 듯 기존 외교관계 유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온두라스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중국으로 선회했다.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은 지난 15일 AP통신에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대만과 단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대만이 제공해온 연간 5천만 달러(약 650억 원) 규모의 원조를 두 배로 늘리고, 온두라스가 대만에 진 6억 달러(7천800억 원) 규모의 부채를 '재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토니오 가르시아 외교부 차관도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부터 대만 측에 최소 4차례에 걸쳐 2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요청했으나 애매한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난 20년간 중남미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어 온 것이 미중 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결실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남미 국가의 친중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남미에서는 최근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등 주요 국가에 잇따라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면서 중국과 접점이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라틴아메리카 관계 전문가인 미치 헤이스는 NYT에 "온두라스 같은 나라들이 대만 대신 중국과 수교하면 미국은 속이 뒤집히겠지만, 작은 국가이자 신흥 경제국으로서는 합리적인 전략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몇 년간 이같은(온두라스와 중국의 수교) 일은 더 일어날 것"이라고 중남미의 미국 영향권 도미노 이탈 가능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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