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검찰, 비니시우스 인종차별 사건 조사 착수…"증오 범죄 가능성 염두"
비니시우스, 발렌시아 원정서 '원숭이' 소리 들어…스페인 정부도 강력 규탄
김건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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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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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심경을 전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SNS
[스포츠AI=김건엽 기자]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 검찰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가 당한 인종차별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23일(한국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발렌시아 지방 검찰은 증오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시작했다.
아울러 스페인 정부 산하 스포츠 위원회는 "검찰 수사와 별도로 가해자 식별과 처벌 제안을 위해 이미지 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과거 유사 사건 발생 당시 유죄 판결을 받은 관중들에게 1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와 벌금 4천유로(한화 약 570만원)를 제안한 바 있다.
비니시우스는 전날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발렌시아와 벌인 라리가 35라운드에서 골문 뒤편의 홈 관중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
해당 경기 심판은 경기 종료 후 보고서에 "한 관중이 비니시우스에게 '원숭이, 원숭이'라 외쳤다"고 기술했다.
발렌시아 홈팬들의 도 넘은 행동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피해자인 비니시우스는 개인 SNS에 "라리가에서는 인종 차별이 일상화됐다"며 "라리가 사무국의 대처를 보면 스페인은 인종 차별 국가로 인식된다"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났다"며 "경기 도중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하면 경기를 중단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이 발생하면 경기 중단이 허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함으로써 비니시우스를 감쌌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힌 레알 마드리드 ⓒ 레알 마드리드 공식 SNS
이 와중에 라리가 사무국만큼은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
라리가 측은 비니시우스가 당한 인종차별에 그간 관계 당국과 검찰에 9건의 사건을 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반박했지만, 이는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의 실언도 이어졌다.
그는 "비니시우스가 관련 대응책을 논의할 회의에 두 차례 출석하지 않았다"며 "라리가를 비판하고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는데, 사건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섣부른 발언이었다.
이에 맞서 브라질 정부와 스페인 정부는 비니시우스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보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외교부는 비니시우스가 스페인에서 반복적으로 겪은 인종차별을 규탄하면서 스페인 관계 당국에 엄벌을 요구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비니시우스는 레알 마드리드 최고의 선수"라며 "그동안 너무나 잘해온, 어쩌면 세계 최고가 되는 길을 걷고 있을 불쌍한 아이가 뛰는 모든 경기장에서 모욕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분노했다.
욜란다 디아즈 스페인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은 "축구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인 구호는 스페인을 대변하지 않는다. 인종차별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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