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제2차 K리그 외국인 선수 제도 검토를 위한 공청회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AI=김건엽 기자]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를 놓고 축구계의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쿼터제 확대에 관한 찬반은 갈렸으나, K리그 상황에 맞는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뜻이 모였다.
주요 쟁점은 '3+1' 외국인 선수 쿼터제 변경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제2차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제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의 필요성과 영향 등에 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차기 AFC 챔피언스리그부터 외국인 선수 쿼터를 기존 '3+1'(국적 무관 외국인 3명, AFC 가맹국 소속 국가 선수 1명)에서 '5+1'(국적 무관 외국인 5명, AFC 가맹국 소속 국가 선수 1명)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로연맹도 K리그의 현행 '3+1'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 변경을 고민 중이다.
지난달 1차 공청회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열린 행사에는 프로연맹 박태하 기술위원장과 박성균 사무국장,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장영복 포항 스틸러스 단장,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염기훈(수원 삼성), 이근호 (대구FC) 등이 참석해 의견을 피력했다.
선수 대표 "국내 선수 93%가 반대…입지 줄어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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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에 선수 대표로 참석한 염기훈(좌)과 이근호(우) ⓒ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들의 경우 외국인 선수 확대가 국내 선수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근호는 "선수 212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 93%의 선수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라며 "외국인 선수들이 늘어나면 경기 질이 올라갈 수는 있지만 국내 선수들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현실적인 걱정을 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제도가 바뀌더라도 외국인 쿼터를 '5+1'로 바로 확대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출전 선수의 수를 점차 늘려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염기훈 역시 "선수들이 K리그 발전을 위해 (쿼터제 확대가)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유예 기간이나 국내 선수들을 위한 보호 장치 없이 곧바로 시행한다면 선수들이 설자리가 사라진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구단들의 투자 방향이 바뀔 거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근호는 "K리그가 성적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외국인 선수 확충에 투자가 집중될 수 있다"라고 전했고, 염기훈은 "유스팀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다"라고 첨언했다.
'트렌드' 강조한 구단 관계자, "오히려 K리그 경쟁력에 도움"
구단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쿼터제 확대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트렌드는 어쩔 수 없다. AFC의 룰이라면 따라가야 한다"라며 구단 입장을 대표한 장영복 포항 단장은 "국내에선 구단마다 상당한 격차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전폭적인 시행보다는 여건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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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강원 FC 대표이사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는 "흐름에서 뒤처지지 말고 뒤쫓아가 경쟁에 뛰어들어 싸우며 해답을 찾아야 한다"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쿼터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선수와 구단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 룰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와 K리그에 도움이 되느냐가 대전제가 돼야 한다. 외국인 쿼터를 '5+1'로 늘리는 데 찬성한다. 대신 출전 선수 제한은 현재 '3+1'로 유지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이 대표는 외국인 유망주들을 영입해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가 확대되면 구단들의 지출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오히려 수익이 증대될 수 있다. K리그에서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수를 성장시켜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이다.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으나, 전 세계의 좋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U-22 규정 등 기존 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와
또한 외국인 쿼터제 확대를 위해서는 K리그에서 운영 중인 22세 이하(U-22)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등 기존의 제도들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늘어나면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U-22 규정도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스카우트 제도인데 인력 확충과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강하게 얘기했다.
방청석에서 공청회를 지켜본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역시 "AFC가 제도를 시행한다면 따라가야 한다. 이에 관해선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왔으니 결과가 잘 도출될 거로 생각한다"라며 "U-22 규정은 이제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성환 감독의 말에 동조했다.
두 번의 공청회를 통해 축구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은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내로 외국인 선수 쿼터제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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