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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없이 진행될 가을야구는 어색하기만 하다 ⓒ 연합뉴스
[스포츠AI=김건엽 기자] KBO리그가 8년 만에 두산 베어스 없는 가을야구를 치르게 됐다.
매년 전력이 약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꾸역 꾸역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미라클 두' 열풍을 일으켰던 두산의 모습은 이제 과거가 됐다.
두산은 시즌 136번째 경기였던 2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5로 승리했으나, 포스트시즌 탈락은 막을 수 없었다. 같은 날 5위 KIA 타이거즈가 롯데 자이언츠를 꺾으면서 두산이 남은 8경기서 모두 승리해도 KIA를 넘어설 수 없다.
8년 만의 가을야구 탈락이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온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도 막을 내렸다.
구단 역대 최다패 위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두산은 이제 '구단 최다패'와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KBO리그 원년 멤버인 두산에게 한 시즌 최다패는 1990년의 80패(35승 5무)다. 당시 두산은 승률 0.313로 꼴찌(7위)에 머물렀다.
30일 현재 136경기를 소화한 두산은 57승 2무 77패(승률 0.425)를 기록 중이다. 잔여 경기(8경기)서 4패 이상을 당할 경우, 구단 역대 최다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새로 쓴다.
또한 두산이 현 순위(9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창단 후 가장 낮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한다. 두산은 1990년(7위)과 1991년(8위), 1996년(8위)에 리그 최하위에 그친 바 있다.
'잇몸 야구'로 버텨왔지만…
매 시즌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와중에도 두산은 FA 보상 선수, 방출 선수, 신예 등 새 얼굴을 끌어모아 왕조를 지켜왔다. 하지만 올해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쳤다. 국내 선수는 물론 외인까지 부진했고, 부상 선수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올랐던 아리엘 미란다는 올해 단 3경기서 평균자책점 8.22만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안타 기계'로 불렸던 호세 페르난데스는 자신이 보유한 KBO리그 한 시즌 최다 병살타 기록(31개)을 또 경신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파이어볼러 로버트 스탁도 기대 이하(9승 9패·ERA 3.37)였다.
정철원은 올해 두산의 최고 히트작이다 ⓒ 두산 베어스
김재환(타율 0.252·23홈런)과 양석환(타율 0.247·20홈런)의 부진, 부상으로 중심 타선마저 힘을 잃었고, 투수진에서는 정철원(21홀드 3세이브·ERA 3.21)을 제외하면 팀 전력을 상승시킬만한 새 얼굴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결과 두산의 올 시즌 투타 지표는 모두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팀 타율 8위(0.255), 홈런 8위(94개), OPS 9위(0.689)에 팀 평균자책점(4.46)과 피OPS(0.736)까지 8위다.
새판짜기 불가피
개인 SNS를 통해 은퇴 소식을 알린 오재원 ⓒ 오재원 인스타그램
지난 7년간 KBO리그의 주연이었던 두산은 올해 조연으로 밀려나게 됐다.
왕조의 종말은 새 시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왕조 시절 팀을 이끌었던 '캡틴' 오재원(37)은 28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그와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김재호(37)는 내년 마지막 시즌을 치른다. 다른 베테랑 선수들도 이번 겨울에 두산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두산을 넘어 현 KBO리그 '최고 명장'이라 평가받는 김태형 감독도 이번 시즌이 끝나면 계약이 만료된다. 많은 고민을 안고 내년을 준비해야 할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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