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시우스, 인종차별에 발끈…SNS 통해 라리가 저격

두 시즌 동안 무려 9차례 피해 생겨도 라리가는 미온 대처

유한결 기자 승인 2023.05.22 13:00 | 최종 수정 2023.05.22 15:4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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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팬들을 향해 항의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연합뉴스

[스포츠AI= 유한결 기자]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 비니시우스(22·브라질)가 또다시 인종차별의 표적이 됐다.

비니시우스는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가 치른 2022-2023 라리가 35라운드에 선발로 출전했다가 상대 관중과 마찰을 빚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비니시우스는 0-1로 끌려가던 68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돌파하는 순간 다른 공 하나가 들어왔다. 수비수가 이를 걷어 낸다는 것이 공교롭게도 비니시우스가 드리블하던 공을 정확히 맞혔다.

주심이 이에 대해 반칙을 선언하는 순간에 비니시우스가 홈 관중과 손가락질을 하며 언쟁을 벌였다.

비니시우스는 즉시 주심을 향해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호소했고 동료들이 가세해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라리가에서는 인종차별이 일상화됐다"라며 강력한 분노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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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연합뉴스

10여분 가량 멈춘 경기는 이내 재개됐지만 후반 추가 시간 막판에 두 팀 선수가 다시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비니시우스가 상대 선수를 가격해 비디오판독(VAR) 끝에 퇴장을 당했다.

발렌시아 팬들의 야유와 함께 그라운드를 떠난 비니시우스는 손가락으로 숫자 '2'를 만들어 바닥으로 추락하는 행동을 했다가 충돌은 더욱 격해졌다.

'2부로 떨어져라'는 의미로 읽고 격분한 발렌시아 선수들과 또다시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추가시간이 17분이나 주어진 뒤 결국 발렌시아가 1-0으로 승리해 강등 위기를 벗어났다. 발렌시아는 순위를 13위까지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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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2'를 만들어 보이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연합뉴스

경기는 끝났지만 비니시우스를 향한 관중들의 인종차별 행동은 도마에 올랐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관중과 직접 언쟁을 벌인 68분뿐만 아니라 경기 시작 전부터 온 경기장에서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차별적 구호가 등장했다.

비니시우스는 개인 SNS를 통해 인종차별을 강하게 규탄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호나우지뉴, 메시, 호나우두, 호날두가 활약한 이 리그는 오늘날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것이다"라고 말한 뒤 "이번이 첫 번째나 두 번째, 세 번째가 아니다. 인종차별은 라리가에서 일상이다. 사무국은 오히려 인종차별을 장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페인은 내가 사랑하고 나를 반겨준 나라지만 오늘날 브라질에서 인종차별 국가로 인식된다"라며 "불행하게도 이는 매주 벌어진다. 인종차별로 부터 나를 방어할 방법은 없지만 나는 강하고 인종차별에 대항해 나갈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의미를 전달한 비니시우스 ⓒ비니시우스 개인 SNS 캡처


레알 마드리드의 안첼로티 감독 역시 "오늘은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운을 뗀 뒤 "우리가 마주한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경기장 전체가 (비니시우스를) 인종적으로 비방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또한 "이 경기는 중단돼야 했다. 이는 우리가 3-0으로 이기고 있어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한 뒤 "이번 일로 비니시우스는 상당히 슬퍼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축구계에서는 비니시우스를 향한 응원이 이어졌다. 브라질 국가대표 동료인 네이마르를 비롯해 브라질 축구협회가 공식적으로 비니시우스를 지지했다. 벤제마, 뤼디거, 카마빙가, 호드리구 등 대부분의 팀 동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잉글랜드의 전설 리오 퍼디난드 역시 자신의 SNS에 "누가 스페인에서 비니시우스를 보호하는가? 이 어린 선수가 얼마나 더 이런 피해를 받아야 하는가? 라리가 당국은 그를 전혀 돕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라리가 ⓒ라리가 공식 홈페이지

비니시우스를 향한 스페인 관중들의 인종차별은 끊이지 않는다. 두 시즌 동안 비니시우스에게 무려 9번의 인종차별 피해가 보고될 정도로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라리가 사무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오히려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의 인종차별 행위에도 무관중이나 막대한 벌금과 같은 징계는 없었고 인종차별자에 대한 징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경기에서는 상대 관중이 대놓고 인종차별을 보였지만 심판의 대처 역시 미온적이었다. 안첼로티 감독 역시 경기를 중단하지 않은 결정을 비난했다.

라리가 사무국은 면밀히 조사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신이 가득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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